급성전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이은서(9)양은 더 이상 오빠와 동생이 부럽지 않다.

3개월마다 척수에 항암제 주사를 맞아야하고, 골수검사를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이 양은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매일같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오빠와 동생이 마냥 부럽기만 했던 이 양이다.

하지만 이제 이 양도 오빠와 동생처럼 학교를 다니고 있다. ‘꿈사랑 사이버학교’를 통해서다. 이 양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주위의 병실 보호자들이 꿈사랑 사이버학교에서 공부하게 되면 학력을 인정해준다는 사실을 전해줬고, 이 양의 어머니가 바로 이 양을 사이버학교에 입학 시킨 것이다.

지난해부터 사이버학교에 다닌 이 양은 벌써 2학년이 됐다.

이 양의 어머니는 “책 읽기를 무척 좋아했고, 학교에 꼭 가고 싶어 했는데 지난 2010년 병이 발병하면서 그 꿈을 접어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했었다”며 “다행히 사이버학교라는 곳을 알게 돼 친구도 사귀고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이 양은 하루 한 시간 컴퓨터를 통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난다. 비록 사이버상이기는 하지만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서 우정을 키우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직접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습간담회를 통해서다. 이 자리에서 보호자들은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교육방법을 등을 공유할 수 있었다. 이 양 또한 컴퓨터를 통해서만 만나던 친구들을 직접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학습간담회는 1년에 두 번씩 열린다.        

      
이 같이 이 양처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전북에만 98명이 있다. 전국적으로는 전북을 포함해 전남, 광주, 대구, 경북, 경남, 울산, 부산, 제주 지역 학생들 909명이 공부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개교한 이후 이 사이버학교를 거쳐 간 학생들은 모두 2032명에 달한다.

초등학생은 하루 1시간, 중고등학생은 하루 2시간씩 화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사이버학교는 단순히 학습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학생들의 정서적인 안정을 찾아주기도 한다.

안병익 꿈사랑사이버학교장은 “약물로서만 환자를 치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이버학교를 통해 친구를 사귀고, 병원 밖의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경우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인터뷰- 안병익 꿈사랑사이버학교장

“많은 학생들이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무관심합니다”

안병익 꿈사랑사이버학교장은 학생들의 교육여건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백혈병, 소아암 등 만성질환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질병으로 인해 학습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가 도움의 손길을 줘야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매일을 병원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사회와 단절돼 있다. 한글조차도 모르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안 학교장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이들이 추후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겠냐”며 “반값등록금, 무상급식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아픈 아이들에게는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학교장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병원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도와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아무런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안 학교장은 말 뿐이 아닌 행동을 보여줬다.

지난 1990년부터 아픈 학생들을 위한 학습권을 보호해달라는 국정감사를 요청했고, 2005년 국감에서 이 사안이 소개됐다. 그 이후 지원을 받아 2006년 꿈사랑 사이버학교를 개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원은 미비했다. 학력인정과 교사에 대한 급여지원 등이 전부였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컴퓨터로 사이버 수업을 받아야했고, 통신료도 모두 학생 부담이었다. 이 때문에 안 학교장을 비롯해 사이버학교 직원들은 자신들이 받는 월급의 10% 정도를 이 사이버학교에 기탁하고 있다.

안 학교장은 “사이버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대부분이 따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며 “이들이 자신들의 직장에 홍보활동을 하면서 지원금을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소중한 꿈나무들이 병으로 인해 학습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며 “질병은 약물로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과 관심이 더해져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우리 꿈나무들에게 사랑을 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윤가빈기자

링크: http://www.jeonmin.co.kr/news/article.html?no=88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