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취재요청을 했을 때 기삿거리가 될 만한 인물이 아니라며 사양했다. 결국 쑥스럽게 인터뷰에 응하며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소개했다.
사단법인 더불어하나회 부설 '꿈사랑사이버학교' 권도희(28) 부장 교사. 대안학교인 지리산고등학교에서 3년 정도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지난 2007년부터 '꿈사랑사이버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일반 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와 특수학교에서 줄곧 아이들을 가르쳤으니 스스로 '아웃사이더'라고 할 만했다. 권도희 부장 교사는 "이렇게 변방으로 도는 건 어떻게 보면 의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특별히 제도권 교육에 반감이 있거나 봉사정신이 투철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남들이 쉽게 하기 어려운 경험을 나는 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산골에 있는 지리산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는 딸이 안쓰러웠을 법도 하다. 이에 부모로부터 "다시 시험쳐서 일반학교에 들어가라"는 얘기도 종종 들었단다.
그러나 권도희 부장교사에게 대안학교 경험은 특별했던 것 같다.
대안학교 이어 특수학교서 3년째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자주 나갔는데 어느 할머니 댁에 갔어요. 그런데 집이 너무 누추했습니다. 가까이 살고 있는 아들이 노모를 거의 돌보지 않는 듯했지요. 아이들과 함께 세상의 이런 단면들을 봤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동시에 나도 세상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이제 현재 하고 있는 일 얘기로 넘어가 보자. 지리산고등학교 운영 방침이 자신의 뜻과는 다르다고 느끼던 차에 인터넷을 통해 '꿈사랑사이버학교'를 발견하고 지원하게 되었다.
'꿈사랑사이버학교'는 백혈병, 소아암 등으로 학교를 다니기 힘든 학생들에게 배움의 끈을 연결해 주는 곳. 지난 2006년 8월 문을 열어 인터넷 화상으로 얼굴을 보며 강의를 한다. 월 2회 정도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매년 봄·가을 야외학습회도 마련하고 있다.
2007년 시작을 했으니 햇수로 3년째. 그런데 '부장교사'?. 약간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권도희 부장교사는 "내 가정사 등을 세세히 풀며 지원서를 열심히 작성했다. 또 애들이 좋다는 얘길 적었다. 그 지원서를 교장선생님이 잘 보셨나 보다. 그래서 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게 됐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아픈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라 얘깃거리가 많을 듯 했다. "처음 반을 맡고 얼마 안 됐을 때 한 친구에게 편지와 책을 보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요. 그래서 직접 병원을 찾았더니 마취제에 절어 있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이 정말 힘겨운 상황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아이들을 가르칠 때 목이 아프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힘들게 배우고 있는 아이들 앞이라면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아웃사이더'로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 같았다.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가르치던 아이가 저 세상에 갔다는 얘길 들은 후 수업을 할 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그래선 안 되는데…."
아이들이 평가하는 권도희 부장교사는? 질문을 던지자 이내 "까칠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스스럼 없이 밝힌다. 하지만 "진실된 마음은 서로 통하더라"는 말을 빼 놓지 않았다.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소원 들어주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진주에 사는 친구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노 대통령을 만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반짝으로 끝나더라구요. 또 아이들을 위한 거리 모금도 한 적이 있는데 별로 반응이 없었어요. 이 아이들을 위해 작은 관심을 가져주는 후원자가 좀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권도희 부장교사는 어릴 때 한의사를 꿈꾸다 고등학교 때 교사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 꿈을 실현해 아이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아웃사이더'로 지낼 생각이란다.
오후 3시, 수업이 20분 정도 남았기에 시간을 더 뺏을 수 없었다. 권도희 부장교사는 비록 인터넷을 통해서지만 또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 사무실로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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