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백혈병·소아암 학생 125명 ‘꿈사랑 사이버학교’ 졸업식 훈훈

학부모 눈물속 아이들 눈망울 빛났다

‘무더웠던 여름날, 주사바늘 여러개 맨날맨날 괴롭혔지. 빡빡 머리에 속은 울렁울렁, 메슥메슥, 이제 그만 더운 여름아! 내 병 가지고 멀리 가렴. 주사바늘이 줄고 머리카락이 나고 내가 웃던 날. (중략)’

2008년 꿈사랑사이버학교 학급문집에 실린 김세림(12)양의 시다. 졸업을 앞두고 엮은 책이다. 현재 백혈병을 앓고 있는 세림양을 비롯해 병마와 싸우고 있는 125명의 어린 학생들이 학업을 무사히 마무리하며, 책을 만들고 ‘아름다운 수료식’도 가졌다.

사단법인 더불어하나회의 주관으로 14일 경남도교육청 2층 강당에서 열린 수료식. 여느 학교 학생들의 졸업식처럼 교복과 꽃다발은 없었지만 휠체어에 의지해 마스크를 쓴 채 부모의 도움을 받아 학생들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자신감과 기쁨이 가득했다.

이날 수료한 학생은 초등과정 45명, 중학과정 62명, 고교과정 11명이며, 7명은 대학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학생들이 수료증을 받을 때면 너나없이 큰 박수와 격려가 끊이질 않았다. 혹여 아이가 볼까봐 몰래 눈물을 훔치는 부모도 보였다.

세림이는 이날 이 시를 발표했다. 어린 자식이 참기 힘든 고통을 이겨냈다는 대견함과 아픔을 대신 지고 싶은 부모들은 세림이의 시 구절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본지에 소개된 성민영(당시 19세)양은 이 자리에 없었다.

4개월 뒤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년간 함께 공부하던 학생 25명은 병세가 악화돼 수료장을 받지 못했다. 학교 측은 안타까움에 그들을 기리는 묵념을 올렸고, 부모님들은 극진히 가르쳐준 선생님과 학교에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기나긴 투병과 아픔을 알기에 눈물이 마를 새 없는 수료식이었지만 웃음과 희망도 있었다.

우선 병이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는 세림이는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제빵사도 하고 싶고, 의사도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광주에서 온 김영야(18)양은 의상 디자이너가 장래희망이라고 말했다. 저마다 꿈을 키우고 있는 아이들의 옆자리를 지켜보던 부모님들은 “빨리 나아서 하고 싶은 거 이루자”며 힘을 북돋아줬고, 기념촬영을 하며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안병익 꿈사랑 사이버학교장은 “병마와 싸우는 과정에서 씩씩하고 강하게 자란 아이들을 보니 정말 대견하다”면서 “학생들의 곁에서 비가 오면 함께 비를 맞고 학생들에게 우산도 씌어주고, 눈부시게 밝은 날에는 함께 큰소리 내어 웃고 싶다”고 말했다.

꿈사랑 사이버학교는 병원과 집에서 사이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지난 2006년 8월 설립됐다.

김정민기자 isguy@knnews.co.kr